17대 첫 국감, 간신히 낙제점 면하는 수준

국감 상설화로 부실 국감 극복해야

2004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17대 첫 국정감사였던 만큼 국민들의 기대도 컸다. 각 정당은 17대 국감이 시작되기 전 고품격 국감, 비전 국감, 대안국감, 민생 국감, 참여국감, 정책국감 등 과거 국정감사에서 보인 구태를 지양하며 달라진 국회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반부패, 사법, 경제, 조세, 평화, 사회복지 등 6대 분야에 걸쳐 28개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17대 첫 국정감사가 정책국감과 민생국감이 될 것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생산적인 국정감사가 되겠다는 다짐과 선언은 바뀌지 않은 폭로와 정쟁, 부실한 운영, 욕설과 비방, 국회의원들의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결국 파행과 구태로 귀결되었다. 이번에도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17대 국회가 보여준 첫 국정감사는 함량미달이었으며 간신히 낙제점을 면하는 수준이었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정책입안과 정책집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야 정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이 좌절된 원인과 배경을 따져 묻고 실업대책 해소와 경제 회생 등 국민적 관심사항에 대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국감 초반부터 여야 정당의 선언과 다짐,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는 물거품이 되었다. 국방위와 통외통위의 국가기밀 논란, 교육위의 친북 교과서 논쟁, 행자위의 행정수도 이전 관제 데모 공방 등 국감 초반의 주요 의제는 이런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먼 정쟁유발형 의제였다. 이것이 과연 양당이 공히 내세운 정책과 민생국감, 고품격 국감, AS(After Service) 국감이었지는 의문만 들뿐이었다.

언론 역시 국감 초기 각 정당에게 정책국감을 주문했다. 하지만 막상 국감이 시작되자 일부 의원들의 폭로와 정쟁만을 쫓으며 과도하게 부풀려 보도해 정쟁 국감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감사를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론의 보도에 따라 의정활동을 이해하고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폭로나 정쟁만을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는 실제 문제가 된 상임위 외에 다른 상임위에서 다뤄진 감사 현안을 접할 기회마저 차단해 버렸다. 이렇듯 언론도 이번 국감에서 정쟁국감을 부추긴 장본인 중에 하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부실한 국정감사도 여전하였다. 국정감사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속기록에 발언을 남기기 위해 중복질의로 아까운 시간을 보냈다. 준비 부족으로 인한 수준 이하의 질의와 언론보도를 의식한 자료 부풀기 등도 반복됬다. 정부의 무성의한 자료제출이나 자료제출 거부, 허위 자료 제출 등도 부실국감의 원인이 된다. 증인 채택 문제도 여전히 심각했다.

한 예로, 국감 시작 전부터 재벌 관련 인사들의 증인채택 문제가 논란이 되더니 그나마 카드대란과 국민은행 분식회계 등 경제 분야 국감에서 어렵게 채택한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하여 심각한 경제현안에 대한 감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국감 종반은 여당의 4대 개혁법안 제출로 인해 여야간 힘 겨루기로 국정감사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던 점도 혹독하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쟁국감과 부실국감의 와중에서도 각 정당의 비례대표, 여성, 초선의원들 중심으로 정책 국감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상당수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국감에 있어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장탐방을 통한 자료제시, 다른 상임위 의원들과 연관된 정책들을 공유하여 공동 정책자료집 발간, 국감 질의 과정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피감기관의 잘못된 정책 지적 등 모범적인 국감을 수행하고 있는 의원들 중에는 비례대표, 여성, 초선의원들의 비율이 높았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정쟁국감과 부실 국감에 묻혀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매년 국정감사가 끝날 때면 국감 무용론이 불거져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실 감사 등 국정감사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 있다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모든 상임위가 20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과다한 대상기관을 선정하여 감사를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졸속, 부실 감사를 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합하여 정기국회에 한정하지 않고 연중 상시국감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정책과제별로 몇 개의 소관부처와 피감기관을 순차적으로 정해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연중 순회 국감도 적극 검토해 볼 만 할 것이다. 둘째, 행정 공백과 자원 낭비도 해결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행정부의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막대한 인쇄비로 인한 예산 낭비, 과도한 자료요청에 따른 행정부의 업무마비 등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적극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은 국정감사에서 지난해에 지적된 정책오류, 집행상의 과오가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점검하여 국정감사의 완결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검과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감 그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다수의 초선의원과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17대 첫 국정감사가 17대 국회 출범당시 국민들이 가졌던 개혁국회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얼마만큼 부응하였나를 돌이켜보면 참담한 심정마저 든다. 국회는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들의 이같은 냉혹한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부디 남은 정기국회 과정에서라도 정쟁이 아닌 민생, 구태가 아닌 개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국정감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입법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이글은 대구참여연대 회원소식지 “함께꾸는 꿈” 11월호에 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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