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강요하는 한미동맹의 허구성

사람을 귀신처럼 둔갑시키는 한미동맹론

작년 5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자발적인 친미노예주의 행태를 보여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더니 이번에는 같은 당의 신기남 의장이 다시 자발적 노예주의 행각을 벌여 실망을 넘어 환멸을 자아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사진 찍으려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강경한 자주의 목소리를 내어 많은 국민을 사로잡아 대통령이 되었다. 당의장이라는 사람은 골수 숭미 노예주의자로 가득 찬 외교부 북미국의 항명파동 당시 “숭미주의?기득권을 가진 외교부 간부진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을 뿌듯하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는 “이들은 매사에 대미 의존적인 외교행태를 보이며 주한미군의 지역군 역할확대,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에 있어서 새로운 한미관계의 정립이라는 외교적 과제에 대한 고민 없이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자기들 머릿속에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외교과제는 들어있지 않은 것은 깨닫지 못한 채,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숭미적 사고로만 가득찬…이들이 이런 외교를 주도해 오니, 참여정부의 외교가 대미 사대주의 노선이라는 공격까지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불과 5개원 전에 기염을 토했던 장본인이다. 도대체 미국만 가면 더욱 더 비굴한 굴종의 늪으로 떨어지고, 돌아 와서는 ’바지가랑이‘ 론 등을 들먹거리며 한미동맹 그 자체가 국익인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 모양 이 꼴이다 보니 필자는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관계 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았지만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 혹시 제2 제3의 신기남이 되어버리는 치욕으로 내 자신을 더럽히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 없는 맹목적 한미동맹론

작년 3월말 이후 이라크파병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이러한 자발적 친미노예주의와 이의 기원인 한미동맹에 관한 숱한 노예주의적 찬양이 한국사회의 주류사이에 분분하다. 이들은 과거 60여년 동안 해 왔듯이 한미동맹에 관한 필연론, 강화론, 국익론, 보은론, 친구 의리론, 숙명론, 혈맹론 등 온갖 수사를 다 붙이면서 이라크파병의 명분으로 내 세우고 있다. 아무리 맹목적일지라도 또 온갖 반인륜적인 짓을 하더라도 한미동맹 핑계만 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고 합리화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러다 보니 한미동맹 강화, 그 길만이 살길인 것처럼 ‘선험적 진리’로 치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험적 진리의 표방은 구체적 사실에 입각한 검증 과정을 거친 과학적 지식에 의하면 곧바로 허구임이 드러난다.

비록 우리 사회에는 냉전성역과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자라잡고 있어 한미동맹 그 자체에 대해 본질적 문제제기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이제 금과옥조처럼 떠받치는 한미동맹 그 자체의 본질적 속성이 백일하에 밝혀져야 한다. 그래서 그것의 반민족성, 반역사성, 반평화성, 반통일성 등이 폭로되고 한미동맹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우리 사회주류의 노예주의 속성 그 자체가 질타되어야 한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한미동맹이 설사 평화통일 지향적이고 대등하고 호혜적이라 할지라도 미국이 저지른 불법침략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친구나 동맹의 관계가 아무리 귀중하더라도 침략과 살인의 동맹을 맺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은 반푼어치의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21세기의 전형적인 야만과 불법의 극치이다.

한미동맹의 태생적 반민족성과 예속성

이른바 한미동맹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국가와 국가 사이의 필요에 따라 대등한 관계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정부 수립 이전인 해방공간에 점령군으로 주둔한 미국이 미군정을 통해 친일민족반역자 집단들을 주 동맹자로 삼아 이들을 보호 육성해 이들이 예속 동맹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출범됐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은 호혜평등하고 상호존중의 관계가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철저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예속적 동맹관계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졌다.

이 예속동맹관계는 철저하게 군사적 예속을 바탕으로 하여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에까지 확산되어 한국사회 주류의 심성까지 자발적 노예주의로 바꿔왔다. 동시에 한미동맹은 그 동맹제휴자가 주로 친일-민족반역 세력이었고, 일본식민지 구조를 온존 강화시키는 구조적 동맹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에 반역사성과 반민족성을 띨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해방공간의 민족사적 핵심과제였던 친일파와 일제식민구조의 청산, 통일국가 수립, 민족정기 확립, 민족자주성 견지, 민중의 권익실현, 제국주의와의 연결고리 철폐 등이 좌절되고 말았다. 또 이들을 구현하려는 의지까지 빼앗아 갈 정도로 한국사회의 주류를 자발적 노예주의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니 민족독립선언과 민족해방 절인 3-1절과 8-15광복절 기념일에까지 전쟁광 부시의 사진과 미국의 성조기를 들고 나와 서울시청 앞에서 활개를 치는 모습이 연출되기 마련이다. 마치 일제시대 친일 민족반역자무리인 일진회가 이제 숭배대상을 미국으로 바꿔 그 자발적 노예주의성을 적나라하게 연출하는 듯 했다.

탈냉전시대 한미동맹의 반평화성

남한은 이제까지 한미군사동맹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 왔고 심지어 통일이후에도 미군이 주둔해서 동북아세력균형의 역할을 해야만 통일한국의 안보도 보장된다고 역설해 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탈냉전을, 민족사적으로는 통일시대를, 미국의 패권주의는 전쟁 의존적인 신패권주의로 변화한 이 시점에서 이러한 기존의 일방적 대미예속의 동맹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보다는 오히려 전쟁유도 역할만 해 왔다.

탈냉전시대라는 90년 대 이후 한반도는 무려 여덟 번의 전쟁위기를 겪었다. 1991-92년 120일 전투시나리오와 이종구 국방장관의 ‘엔테베작전’ 언급 등 ‘제2의 한국전쟁위기’, 1994년 6월 한 두 시간만 늦었더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던 영변핵위기, 엉터리 미국의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단정짓고 모의 핵푹탄 BDU-38로 핵전쟁 실전연습까지 벌렸던 98-99년 금창리핵위기, 98년 여름 대포동 미사일(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발발한 미사일위기, 휴전이후 최초의 정규군에 의한 무력충돌이라는 99년의 1차 서해교전, 2002년 부시의 ‘악의 축’전쟁위협, 2002년 2차 서해교전, 또 2003년 이후 지금까지의 전쟁위기 등 무려 여덟 번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전쟁을 주도한 것은 서해교전을 제외한 여섯 번으로 미국 주도의 한반도 전쟁위기 주도 확률은 6/8이다. 이로써 북한이 전쟁위기를 주도한다는 북한전쟁위협론은 바로 허위임이 드러난다. 오히려 한반도전쟁위기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데도 한미동맹만 강화하면 한반도에 평화와 국익이 올 것이라고 외치는 것은 무조건 숭미에 빠진 자발적 노예주의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맹목적이고 이성을 상실한 것인지는 자명해 진다.

한미동맹 보은론의 멍에 속에 갇혀 버린 한국사회

이라크파병론에서 언제나 가장 강력하게 대두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까 이제 미국이 어려우니까 우리가 미국에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보은론이다. 어떤 논쟁이나 토론에도 이 6-25전쟁 때 우리를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인 미국 이야기만 나오면 미국에 대하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본은론은 저격수의 역할을 십분 발휘해 오고 있다.

작년 9-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 50주년을 앞두고 갑자기 조기파병론이 급부상했다. 수순대로 미국 측이 먼저 변죽을 울렸다.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준’ 미국이 힘들 때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면서 보은론을 꺼냈다. 이에 당시 경제부총리, 국방장관, 외통장관, 주미대사, 통일부장관 등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잇따라 조기파병론이라는 합주곡을 불러댔다.

이를 보고 시민운동진영에서 ‘과연 한국의 장관들인지 미국의 하수인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이들에게 요구할 정도였다. 결국 보은론을 펴면서 참여정부는 10월 하순 아펙정상회담에 부시를 만나기 직전 파병결정을 내려 이를 진상했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이 만병통치 같은 보은론에 덜미가 잡히고 주눅이 들어야 하나? 또 정말 보은론이 논거가 있는 것인가? 이제는 냉엄하게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왜 미국에 우리는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나? 만약 미국이 해방공간에 자기들 멋대로 한반도를 38도선으로 두 동강 내지 않았다면 우리가 민족분단과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과 형극을 겪었을까? 만약 6-25라는 통일내전에 외국군인 미국이 사흘만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전쟁피해가 일어났으며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분된 되어 있을까?

결론적으로 민족의 분단과 전쟁의 기원은 바로 미국에 귀착된다. 그야말로 미국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보은의 존재가 아니라 비극과 질곡을 갖다준 주범이고 또 탈냉전 이후 한반도 전쟁위기를 몰고 온 전쟁주범이다(이 점에 시비를 건다면 나는 누구와도 공개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 이런 면에서 ‘원수’인 미국을 은인으로 치장하는 우리야말로 정말 자발적 노예이고, 또 노예 짓을 하도 오래해서(친미노예주의자들의 대부분은 그 뿌리를 친일파에 두고 있으니까)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  

공미론(恐米論)이라는 패배주의적 한미동맹론

여러 가지의 한미동맹 철칙론과 예찬론이 그 허구성을 점차 드러내니까 이제는 엉뚱한 공미론을 꺼내어 한미동맹을 미화하려 한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 지배력 때문에 비록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 공미론 역시 허구이다.

이론적으로 자본의 본질적 속성인 국경을 초월한 확대재생산성 곧, 자본은 돈만 되면 어느 곳이든, 누구에게든 움직이는 속성 때문이다. 한미동맹관계가 군사동맹에서 일반 우호협력 관계로 바꿔지고 주한미군이 철군되면 한반도는 오히려 전쟁위협에서 벗어나기에 외국 자본의 한반도 투자는 더 활기를 띨 것이다. 또 미국정부와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일치되지도 않거니와 자본분파 사이의 이해관계도 상충된다. 부시정부와 밀착한 군수자본과 클린턴 정부와 밀착했던 금융자본의 이익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어 결코 한 목소리로 우리를 옥죌 수 없다. 소로스라는 금융자본의 대부가 부시 낙선 운동에 거액을 내면서 앞장서고 있는 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재 경험적으로도 공미론의 허구성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부시정부는 이회창을 노골적으로 지원했지만 월가는 노무현을 지지했다. 노 후보가 집권하면 재벌개혁을 단행해 미국 금융자본이 한국 알짜기업을 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또 지난번 주한미군의 1개 여단 이라크 차출과 주한미군 12,500명 감축 발표가 있었지만 미국의 대표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A3)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신용평가 때문에 김선일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파병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허구임이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S&P 관계자의 아래와 같은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외국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파병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다.” “S&P의 신용평가위원회에서는 미국 외에 여러 국적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이 참여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한다…한국의 이라크 파병이 신용등급 평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새로운 예속-침략 동맹으로 치닫는 미래한미동맹

이제까지 논의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전면 철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신군사전략과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한미동맹을 미래한미동맹으로 재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한 50년 이상 머무를 평택기지에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고, 주한미군의 역할을 동아시아지역군으로 재조정하고, 110억 달러를 투입해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세계 어느 곳이든 한달 이내에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주한미군을 재편하여 21세기 세계 및 동북아지배의 공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부화뇌동하여 한국 역시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명분으로 군비증강을 꾀하고 주한미군과 통합 및 조정을 추구한다. 이로써 한국군은 더 구조적으로 주한미군에 예속화된다. 이래서 한국은 미국 해외원정군의 중추기지가 되고, 미국의 침략전쟁의 발판이 되며, 또 한국군은 미군의 ‘괴뢰군’ 화되기 십상이다. 또 한반도는 과거 60년 가까이 미국의 내정개입을 받아 왔던 것보다 더 미국에 억눌려 전쟁위기는 물론 민족의 자주권과 주권국가로서의 주권이 원천적으로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와 세계의 지배를 위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에게 평택기지를 무려 8백 만평 가까이 제공해 줄뿐 아니라 그 이전비용까지도 거의 전액 우리가 부담하게 된다. 앞에서 본대로 한반도 전쟁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런데 이 전쟁주범인 미국에게 군사기지와 이전비용 및 주둔비 까지 천문학적으로 지급하면서 이 땅에 최소한 50년 아니면 영구히 주둔하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도둑놈에게 곳간 열쇠를 주는 꼴인데 자발적 노예가 아니면 이런 짓거리를 누가 한단 말인가?.

탈미 동북아세력균형자 및 평화조정자로서의 한반도의 새로운 위상

이제 이 미래한미군사동맹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더 나아가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전면 철군, 한미관계를 군사동맹이 아닌 우호협력관계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초입을 맞은 우리 민족이 진정 나아가야 할 한미관계의 올바른 역사지향이다. 이를 위한 화두를 우리의 지배적 담론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경제규모에서 세계 11워 군사비가 10위, 거기다 북측과 합치면 모두 10위안에 들 정도다. 더 이상 남과 북은 조선조 말의 나약한 대한제국이 아니다. 동북아세력균형과 평화조정을 위해 주한미군에 의존해야 한다는 대미 자발적 노예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자긍심과 자주성을 가진 우리로 거듭나 우리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동북아 세력균형과 평화조정의 역할을 우리 스스로가 걸머지는 역사행보를 개척해야 한다. 이러할 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구도는 구축되고 지구촌 속의 올바르고 새로운 한반도위상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강정구 unikorea@cv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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