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운동의 의의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

정치개혁운동의 의의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

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7개월 남겨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은 낡고 썩은 정치의 틀을 바로잡고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화합과 조화이다.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시키고 배제시키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하는 동원의 정치를 참여의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밀실에서 패거리로 움직이는 닫힌 정치를 광장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열린 정치로 바꿔야 한다. 돈과 지역감정 등 비합리적 요인들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깨끗한 정치 또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국민에게 불신만 심어준 정치
지금까지의 낡고 썩은 정치는 국가발전을 가로막아왔다. 정치의 역할은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푸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갈등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문제를 더욱 꼬이게 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불량 정치를 또한 문제로 삼는 것은 정치논리가 경제를 망치는 등 국가경영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IMF 위기’는 단순히 경제 실패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정운영의 총체적 실패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이며 그 실패의 뿌리에는 정경유착으로 만연된 부정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 IMF 위기를 겪고도 정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그로인해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심화되었다.

올바른 정치개혁의 방향은?
따라서 국민이 정치에 대해 환멸과 증오를 느끼고 적대감을 보이기 전에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기본틀은 권력을 분산하고 국민의 자치와 참여를 광범히 보장하는 참여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명령과 통제보다는 협력과 도움에 익숙하며 개방적이고 수평적으로 민주적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그런 참여민주사회를 열어나가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정치문화를 올바르게 변화시키는 것이 정치개혁의 방향이다.

1. 정치과정의 실질적 민주화
새 정치 패러다임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론적으로만 논의되고 법 조항으로만 형식적으로 보장되던 시민권과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던 반대자나 정치적 소수자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 의회를 활성화시키고 시민입법권이나 국민소환제도, 국민발안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탄환 대신 투표로(Not Bullet, But Ballot)’-국민 정치참여의 중앙통로인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또한 국민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이 행사되도록 견지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불법 타락선거의 여지를 없애고 정책대결의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철저히 선거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 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2. 지방자치의 활성화
지방자치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지방은 서울(또는 중앙)의 변두리가 아니다. 지방은 국민 개개인이 삶을 구체적으로 이뤄가는 현장이다. 스스로 삶의 터전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꾸러 나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의 통치구조를 지방분권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3. 기본권 보장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참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기에 언론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누리는 ‘시민적 권리’, 국가구성원으로서 누리는 ‘정치적 권리’, 생활인으로서 누리는 ‘경제적 권리’ 등의 보장이 대단히 중요하다. 언론은 대중 조작과 대중 탈정치화의 주범이 아니라 공정한 여론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 절실
민주시민이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시민으로 하여금 참여를 통해 스스로 정치의 주체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정치참여가 있음을 알게 되면 참여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시민운동이 제도권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기득권 정치구조에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주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정당이 정책이 아닌 지역구도로 대결하고, 정치적 신념이 아닌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잦았던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매우 필요하다.
21세기를 끌어갈 새로운 정치세력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시민적 토대를 바탕으로 하는 열린 참여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둘째, 인물중심의 무원칙한 연줄정당이 아니라 이념과 노선, 정책의 동질성에 기초하는 정책정당을 지향해야 한다. 당원의 당비로 운영하는 정당재정으로 자립적 토대를 구축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며, 시민사회에 대하여 개방적인 정당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자금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망국적 지역대결구도도 뛰어넘어야 한다.

국민의 힘을 조직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책무
두 번 연속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민주당에서도 선거가 끝난 뒤 정치개혁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정치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정치개혁 의지는 아직도 매우 빈약하다. 민주당은 신당을 둘러싼 당내 분란으로 정치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정당개혁의 틀을 짜고 새 지도부를 선출했으나 낡은 정치행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힘은 국민에게 있으니, 국민의 힘을 조직화해서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하는 일이야말로 현단계 시민사회단체의 주요한 책무이다.

   글_  손 혁 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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