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NGO – 4. 아프리카 시민운동가의 편지

엔지오

아프리카 시민운동가의 편지(1)

이 글은 미국에 유학중인 손식님께서 번역,전달해주신 글입니다. 좋은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편지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저는 최근에 PRIA ( Society for Participatory Research in Asia)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초대를 받아 인도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PRIA는 국제적으로 활동하고있는 시민단체이며, 시민참여와 민주적 정치의 증진, 그리고 연구를 위한 국제적 활동의 중심입니다. 저는 PRIA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중의 한 명으로 기념식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저는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온 많은 시민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국제 시민운동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전에도 인도를 여러번 방문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 방문이 처음으로 제가 자신있게 “그래, 나는 인도에 갔다 왔다” 라고 말할수 있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저는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할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주최측에서 제가 인도의 몇몇 도시와 시골들을 방문할수 있도록 주선해 주셨습니다. 저는 2주를 그곳에서 체류하였습니다.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저는 하이드로바드, 비자그, 부바네스와 그리고 뉴델리에서 강연회를 갖고, 워크샵에 참석하는 일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문화운동으로서의 개발: 문화, 모국어, 그리고 식민지, 신식민지하 민중들의 자유와 개발을 위한 노력속에서 성장한 독창적인 지식들 ”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아프리카를 실례로 제시하면서, 저는 개발이란 민중이 스스로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화란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며 “내부로부터 시작된 자기 혁신”의 과정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 또는 “현대화” 는 문화적 자유를 위한 민중들의 문화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민중들의 역사, 문화, 사회적 자본, 말 또는 기타의 형식으로 축적된 지식들(언어로 대변됩니다)은 민중의 진보를 위한 발전의 동력입니다. 그렇다면 민중의 진보는 자신들의 지식들을 지속적인 현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번영을 위해 어떻게 이용할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민중들의 지식들이 가지는 한계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발전해나갈수 있을 것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민중의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다른 민중들의 경험에서 배워와야 할 것이며, 이들 경험들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에 기초해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할것입니다.

저는 제 강좌를 통해서 아프리카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렸습니다. 왜 아프리카는 개발/현대화에 공동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것일까? 저는 그 이유가 아프리카가 개발 또는 현대화를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는 과정” 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개발/현대화는 “백인과 비슷해지는 것 또는 백인을 따라 잡으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국제화라는 흐름을 통해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아프리카 민중들은 자신들의 문화, 언어, 지식을 버리고 백인의 방식을 따랐으며, 이러한 환경 하에서의 “개발/현대화”는 빌려온 역사, 자아의식, 그리고 기억들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는 사람과 같습니다. 아이러니컬게도 아프리카 민중들은 억압자의 의식과 기억에 의존해 왔으며, 그 결과는 당연히 “자기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아프리카의 현실속에서 아프리카 민중의 문화가 “현대화”에 맞서는 저항의 시작점이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저의 주장은 더욱 신빙성을 가진다고 봅니다. 세계사를 돌이켜볼 때, 외국어를 연구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세워 내거나, 고도의 과학기술을 만들어낸 민중은 없습니다. 유럽, 북아메리카, 고대 이집트, 드리비디안, 중국, 마야, 그리스, 로마문명 모두가 자신의 언어에 기초해 세워진 것입니다. 오늘날 첨단 과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도 모두 자신의 문화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모국어를 유아기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구에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이 좋은 본보기들입니다.

제 주장이 공자 앞에서 문자쓰기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주장하는 모든 것이 이미 인도에서는 현실화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프리카와 달리 인도의 시민운동가들에서 강한 자신감과 자주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독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시민운동가들이라 할지라도 인도의 운동가들이 갖고 있는 수준의 자신감과 자주의식에 비교하면 그 수준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이번 PRIA 기념식의 핵심은 이틀간의 발표, 회의, 그리고 그룹별 토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약 400명이 참석하였고, 대부분의 참가자는 인도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과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온 적지만 영향력 있는 50명의 외국인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 외국인 참가자들 중에는 PRIA에 지난 20년 동안 수 백만 달러를 기부해온 사람들을 포함해 국제시민운동의 지도자들이 포함 되 있으며, 이들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입니다. 20년 역사를 통틀어 이번 행사만큼 대규모로 조직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회의가 시작된 후, 저는 힌두어가 이번 회의의 공식어로 채택된 것을 알고 놀라움과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극소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도인들이 모두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발표가 힌두어로 진행되었으며, 외국인 참가자들은 통역을 통해서 발표를 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마음은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곰곰히 생각을 해봐도 아프리카의 시민단체들 중에서 국제회의의 공식어로 아프리카 토착어를 사용할 생각을 가질만한 단체는 없었습니다. 저는 PRIA가 어떻게 해서 공식어로 힌두어를 쓰겠다는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 시민단체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며, 심지어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서구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활동가들도 서구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주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인도의 경우, 자신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사회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프리카를 방문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들에 의해 특별한 존재로 대접을 받는 것과는 달리, 유럽인들이 인도인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도 방문동안, 저는 인도가 개발/현대화에서 아프리카에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한 지표로 승용차, 트럭, 자전거, 승합차, 공작기계, 컴퓨터소프트웨어 제조능력을 거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도 장점으로 고려될 수 있으며, 인도가 핵 보유국이 라는 사실도 큰 강점일 것입니다. 이러한 관찰과 더불어 한가지 의문이 저에게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인도인들의 강한 자신감의 근원은 어디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프리카가 현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밝혀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가 발견한 사실들 중 중요한 것을 간추린 것입니다.

절약문화

제가 80년도 중반에 인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거리에 운행중인 자동차들이 아주 오래된 것들이란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한 주종을 이루고 있는 차들이 앰배서더, 피아트, 앰배서더 이그제큐티브등 모두 인도산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2002년 현재, 단지 차들이 신형화 되었다는 사실 외에는 인도의 거리에 기본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물론 국제화의 물결은 일본, 유럽산 차들을 인도에서도 발견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도 자동차들의 평균수명은 아마도 더욱 길어졌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50년 이상 된 차들도 길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해서 말해서, 제가 인도의 길거리를 보며 느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동차들은 대부분이 인도산이다, 둘째, 자동차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들이 계속해서 재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프리카와 큰 대조를 보여줍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모든 차들이 외제이고, 선택의 폭에 제한이 없으며, 자동차의 수명이 매우 짧습니다.

인도와 아프리카의 자동차문화를 보며 저는 많은 결론과 교훈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선했던 것은 인도인들의 절약과 검소의 문화입니다. 절약은 자연히 저축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렇게 저축된 자본은 국가개발을 위해 경제로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국가발전을 위한 원천으로 저는 인도의 지식인들이 술을 아프리카의 지식인들 보다 훨씬 적게 먹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인도 지식인들은 폭탄주에는 손도 대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와 인도의 1인당 음주량을 비교해보면 쉽게 결론이 나오겠지만, 전 아프리카인, 특히 아프리카 지식인들이 훨씬 많은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아프리카인들이 마시는 술의 양을 줄이고 그 돈을 국가개발에 투자한다면, 아프리카는 더 이상의 해외 원조를 필요치 않을지도 모릅니다.

음주는 단순히 경제적 낭비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음주는 건강, 판단력, 생산력, 가정, 지역사회 그리고 직장에서의 지도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인도사회의 낮은 음주량이 인도사회의 가정이 현재까지도 통제와 규율을 잃지 않고 있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 결과 경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가정에는 공동체의식이 많이 남아있으며, 낭비적인 생활을 막아주는 감시자의 역할도 하고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결정을 함에 있어 인도인들은 지금도 부모들의 조언을 받고 있으며, 이는 세대에 걸쳐 쌓아진 경륜을 통해 가족들 모두가 이득을 얻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때로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지체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사회적 결정이 사려 깊게 판단되도록 해주고 있었습니다. 가족, 그리고 세대간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과정은 합의된 결정사항이 실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을 해주고 있었으며, 실천에 있어 도전에 직면했을 경우에도 지원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느리게 보이지만, 인도인들은 조금씩 함께 성과물들을 다지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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