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부패전력 유명한 의원 거론 때는 “설명할 것도 없다. 통과!”

총선연대 1차 낙천대상자 선정, 100인 유권자위원회 이모저모

2월 4일 밤 저녁 6시, 사람들이 하나 둘 서울 우이동 북한산 기슭의 수련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이도, 지역도, 직업도 다양하기만 한 이들은 ‘2004총선시민연대’의 1차 공천반대 명단을 검증하기 위해 모인 100인의 유권자들이다.

지역, 연령, 성별, 직업 등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구성된 100인 유권자위원회는 총선연대 정책팀에서 마련한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1,2차 낙천명단과 낙선명단을 심의하는 것이다. 총선연대 발족 이후 긴급하게 연락을 받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참여를 요청받은 100명 중 이 날 참석한 이는 97명. 특별한 사정으로 불참을 미리 알린 3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온 것이다.

각계의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기 때문에 총선연대 실무진은 ‘보안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5일 아침의 1차 낙천대상자 발표단계까지는 물론, 4일 밤 검토된 인사들 중 관련 증거가 더 취합되어 추후 낙천,낙선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에 대비해 명단에 대한 보안에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4일 저녁 7시 정각, 수련원의 문이 닫히며 유권자위원회 시작

“우리가 이렇게 모이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부패무능 사리사욕에 물든 ‘국민 대표’들을 골라내는 일이 오늘로 끝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진 모든 지혜를 한데 모아 명단을 선정하고 전국의 유권자들이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다면, 우리들이 이렇게 모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광주전남총선연대의 김종현 대표가 지역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 ‘보안’문제 때문에 수거된 휴대전화들

이어 총선연대 집행위원장인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도 “제발 다음에는 각 후보들이 정책이 어땠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모여보자. 돈선거, 헌정질서 파괴, 기본 자질이 없느니 이런 얘기말고 이 사람이 한국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한국을 친환경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대한민국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했다.

이어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이번으로 정말 끝내자. 여러분의 손에 다음에 이런 자리가 또 만들어지느냐, 아니면 새로운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느냐가 달려 있다. 냉철하고 올바른 판단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25번 째로 접수한 유권자의 핸드폰이 반납되지 않았다”

이재명 총선연대 자료조사팀장의 기준선정 과정 및 선정원칙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이재명 총선연대 자료조사팀장이 ‘공천반대 선정기준’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총선연대 대표자회의를 통해 2월3일 최종결정된 기준을 100인 유권자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세부기준에 대한 논의와 명단 검토를 앞두고 갑자기 사회자가 공지사항을 알렸다. “25번째로 접수한 ooo님, 핸드폰이 반납되지 않았다”고 안내방송을 하자, 해당 유권자가 주머니를 뒤적여 접수할 때 반납하기를 잊은 핸드폰을 찾아 사회자에게 건넸다.

▲ 좁고 불편하게 앉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받고 있는 유권자위원들

6시 56분 현역 의원 중 낙선자 명단 심의를 위한 유권자위원회 순서가 되자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김민영 총선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총선연대 활동을 동행취재하던 카메라기자들에게도 철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발표 전까지의 낙천명단에 대한 보안은 물론 유권자위원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좀더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자리배치도 달리했다. 총선연대 대표자 및 실무자들은 뒤로 유권자들은 앞으로 ‘분리해’ 앉았다. 유권자들이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실무자들은 발언조차 제한되고 참관만 허락됐다.

기준 먼저 확정하고, 명단 보고 결정한다

한 유권자가 “철새라는 표현은 쓰지 말자”며 기회주의적인 잦은 당적이동을 철새정치 행태라고 표현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에 사회를 맡은 김민영 총선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예전에 환경련 등 환경단체들이 이의를 제기한 바도 있어 ‘기회주의적 당적이동’이라고 명기해야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고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라 사용케 되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참석자들은 만장일치에 해당하는 박수로 총선연대의 낙천선정기준에 동의했다. 특히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태’는 우선기준으로 적용되거나 중요 항목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으며, 최근 이슈로 떠오른 친일행적을 기준에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개진되었다. 또, 의원본분인 의정활동 평가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이재명 팀장은 “의정활동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자료가 없는 것이 우리 국회의 현실이다. 가능한 한 최대의 자료를 모았으나, 그것만으로 우선기준을 삼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근거없는 색깔시비와 철새정치 이력에 유권자들 실소 터뜨리기도

16대 국회에서 사직하거나, 보궐로 당선된 의원들까지 총 307명의 의원들에 대한 검토 결과 70명에 가까운 낙천 대상자가 100인 유권자들 앞에 제시되었다.

이어서 의원별로 구체적인 선정 근거가 제시되었다. 좁고 불편한 공간에 앉은 유권자들은 어느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없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해당 의원들의 ‘불량’행적을 주시했다.

부패연루나 헌정파괴 등의 이력이 언급될 때는 일부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고, 근거없는 색깔시비와 원색적인 인권침해 발언에는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탈당과 복당을 거듭한 의원들의 이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다. 대부분 “이견없다”고 큰 목소리로 답했다.

특히 원색적인 여성비하 발언이 언급되자, 일부 여성유권자들은 “저런 정도면 우선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부패와 철새정치 행적 그리고 반인권전력 등으로 이미 ‘악명’높은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설명할 것도 없다. 통과!”라고 외치기도 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유권자위원회 검토가 끝났다. 이젠 총선연대 대표자회의의 최종 판단이 남았다. 지역총선연대 대표자 등 25명 가량의 대표진이 최종 판단을 위해 회의실에 다시 모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세밀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2월 5일 새벽 2시 10분 경 현역의원 낙천명단이 확정됐다.

100인 유권자들에 이어 총선연대 대표진이 새벽 3시가 넘어 피곤한 몸을 누일 무렵, 총선연대 자료팀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아침 9시30분으로 예정된 낙천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서는 처리해야 할 실무들이 쌓여있는 것이다.

유권자위원회가 열린 수련원과 총선연대 사무국이 있는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사이를 오가며 수많은 업무가 이뤄졌다. 선정기준을 포함한 낙천명단 자료집이 만들어지고 혹여 자료집 제본이 마무리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100여 장의 디스켓에 낙천명단이 복사되었다. 새벽 4시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다.
그렇게 2004총선시민연대 1차 낙천명단 발표일의 아침은 밝아오고 있었다.

ⓒ 인터넷참여연대
최현주 기자 200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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