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대응 국민 호소문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들을 모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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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했습니다.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가 뒤집혔습니다. 2014년 4월 16일을 우리는 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172명이 탈출한 이후로 하루하루 죽은 이들의 이름이 늘어가 이제 275명입니다.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단원고 학생들은 살아서도 웃을 수 없는 이들과 죽어서 울 수 없는 이들로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배 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누군가의 힘들었던 삶은 힘겨운 죽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삶을 꿈꾸며 이주를 하던 단란한 가족이 서로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칠흑 같은 바다에 갇혀 있는 실종자가 29명입니다.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창백한 슬픔에 갇혀 있습니다.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이 아직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침몰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소박한 믿음이 뒤집혔습니다.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안타깝게 죽은 이들의 넋을 함께 위로할 줄 아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소박한 믿음을 지워야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태우는 배인데, 남이 18년을 쓰다 버린 배를 다시 쓰다니, 안전 점검에 이리도 소홀하다니, 안전 훈련이 이처럼 허술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배가 기우뚱거리기 시작할 때부터 모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들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요? 침몰을 거스를 수 없게 되었을 때 더욱 신속한 구조가 이루어졌다면, 침몰이 시작되었을 때 모든 노력이 총동원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이 모든 질문들을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이 슬픔 속으로 침몰하고 있습니다. 
 
  침몰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 뒤집혔습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만나게만 해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듯 인양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대책을 세워나갈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하며 진상을 규명해나가는 데에 기여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할 것으로 기대됐던 언론이 오히려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청와대를 향했던 침묵행진은 차벽과 경찰에 가로막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절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로 향해가는 유족을 가로 막은 경찰방패를 잊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숨죽인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과 함께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우리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미안함을 갚을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가눌 수 없는 슬픔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우리는 슬픔에 겨워 울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분노하는 만큼 차분하게, 우울해지는 만큼 격렬하게.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소박한 믿음과 간절한 바람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묻고 또 묻습니다. 우리는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다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 국민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진도 팽목항에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들끓던 언론들도 조금씩 빠지고 있습니다. 소리 없는 간절한 기도들만이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마땅히 밝혀야 할 구조수색의 의지는 이런저런 핑계들 뒤로 숨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간절한 기도를 정부가 외면할 수 없도록 가족들에게 든든한 위로와 따뜻한 응원을 보내기를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국민 모두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주십시오. 정부가 책임지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에 안겨주도록 요구하기를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이 있습니다. 살아서 만날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겨우 부여잡고 팽목항에 몸을 일으켜나갔던 마음이 무너져버린 가족들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만 들려주고 싶다며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도저히 당신을 떠나보낼 수 없다며 진상을 규명하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사랑하는 이들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는지, 왜 아낌없는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왜 정보를 통제하며 의혹을 키우는지, 왜, 왜, 왜, 라는 질문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함께 소리 높여 외쳐주십시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이것이 가족들의 외로운 요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십시오. 살아 돌아와서도 마음의 상처를 아직 가누지 못하는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온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습니다. 325명의 학생과 교사가 참사를 겪은 안산의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무참한 슬픔에 맞닥뜨려야 하는 사람이 없기를, 서로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을 모아주십시오. 가족대책위가 요청하는 서명을 함께 해주십시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우리는 여전히 이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을 하기를, 가야 할 곳으로 가기를, 움직여야 할 만큼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혼자 궁리하지 않고 함께 도모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책기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저마다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으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색하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작은 촛불을 들어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함께 나눠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이 슬픔을 가누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일지 제안해주십시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들이 모여야 합니다.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의지들이 모여야 합니다. 
 
  5월 17일 서울에서 만납시다.
2014년 5월 13일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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