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참사와 아내의 사회적 책임-김윤상회원

김윤상회원(경북대교수)이 평화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옮겨 싣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사 이후 여러 의견이 많이 나왔지만 대부분 정치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사의 정치적 의미가 엄청나고 또 집권층이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일에는 가족이 깊이 관여되어 있으므로 가족에 관한 생각도 조금 해보는 게 어떨지?

우선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100만 달러’에 관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인터뷰를 인용한다.

정상문 전 비서관이 봉하에 내려오면 늘 대통령을 먼저 뵈었는데 그날은 여사님을 먼저 만났다고 한다. 대통령이 의아하게 생각해 뭘 하는지 두 분이 있는 방에 들어가 보니, 권 여사가 넋이 나가 울고 있고 정 비서관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제야 정 비서관이 돈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 정 비서관 표현에 의하면 [대통령이] “탈진 상태에서 거의 말씀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그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크셨다.(한겨레 09.6.2)

이에 대해 ‘설마 그 큰 금액이 오가는 것을 남편이 몰랐을까?’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증거를 댈 수는 없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품으로 볼 때 문재인 씨의 증언이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보통 가정에서, 아내가 꼭 하고 싶지만 남편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따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점은 결혼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남편이라면 잘 알 것이고, 아내 스스로는 더 잘 알 것이다.

특히 중년이 넘은 부부의 경우에 아내의 재량권은 막대하다. 40여 년 전 최희준이 유행시킨 <엄처시하>라는 노래에도 “눈 밑에 잔주름이 늘어가니까 무서운 호랑이로 변해버렸네”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꾸준한 여권 신장의 결과 지금은 훨씬 더 하다. ‘간 큰 남자’ 유머 시리즈가 돌고 있는 세상이다.

권 여사도, 오랜 세월 가깝게 지내온 후원자에게서 자식을 위해 돈을 좀 얻어 쓰고 싶은데 별난 남편 노무현은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단독으로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허락받기보다 용서받기가 쉽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러나 예상 외로 검찰이 이걸 문제 삼으면서, 평생 지켜온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은 남편이 목숨까지 버렸고 온 나라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아내의 처신이 가족을 넘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아내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사회적 관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남편의 사회적 책임도 같은 차원에서 언급할 수 있지만 영향력이 큰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일단 아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필자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다른 사례에서도 아내의 책임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강남의 부자들이 왜 한사코 종부세에 반대했을까? 정권이 바뀌자 정부는 왜 쫓기듯이 종부세를 무력화했을까?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른 것은 다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유독 세대별 합산 과세만 위헌이라고 했을까? 부동산보유세는 ‘장바구니 세’라는 말이 있듯이 아내들이 종부세를 미워했고 그 압력을 남편들이 못 이겨서는 아닐까?

또 삼성의 이건희 씨가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선량하고 나약해 보이는 신영철 대법관이 후배 법관들의 손가락질을 받아 가면서까지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뭘까? 아내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에 근거가 없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소설과 영화 속에 흔히 나오는 일이고, 우리의 직접 체험을 통해서도 그 가능성을 부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활력이 강하고 자식 사랑이 더 깊은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여성이 더 자기 중심적이고 더 가족 중심적이며 따라서 사회적 책임감이 덜 하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복부인, 치맛바람이라는 표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 책임감이 부족한 것은 남성 중심 사회가 오래 계속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사회진출 기회를 얻게 되면 이런 문제는 많이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제대로 살고 싶은 남자들은 결혼과 출세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

아내들은 집안의 일도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여성단체도 여성의 권익 신장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을 기르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요즘 세상에 감히 여성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따지는 간 큰 남자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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