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슬픈 새학기- 홍덕률회원

홍덕률회원이 평화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옮겨 싣습니다.

오늘은 개학날이다. 캠퍼스엔 해맑은 표정의 신입생들로 한결 풋풋한 기운이 감돈다.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캠퍼스는 모처럼 활기와 생명력으로 넘쳐 난다. 신입생을 맞고 또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내 마음도 새로운 각오로 차오른다. 교수 생활 22년차지만, 매년 이 맘 때면 새 제자를 맞는다는 기대로 한껏 설렌다. 올해는 특별히, 이 캠퍼스를 찾아준 저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과 값진 지혜와 진리의 참 세상을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 애써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오랜 입시 고통을 이기고 고등학교 문을 나서 뭔가 해방감과 기대에 한참 들떠 있어야 할 신입생들을 맞은 것은 아름다운 캠퍼스뿐만 아니라 어수선한 시국이기 때문이다. 한창 밝아야 할 나이에, 한창 거창한 꿈을 그려야 할 시기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사회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 다시 음침함과 공작과 감시와 억압의 기운이 으스스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토론 광장은 잔뜩 위축되어 있고, 방송은 툭하면 파업 사태로 어수선하다. 청와대는 이메일사건으로 위신이 말이 아니고, 국회 역시 온통 아수라장이다. 최루탄을 다시 쓰네 마네 하는 철지난 논쟁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들고, 일제고사를 안볼 수 있다고 안내한 교사들은 파면되어 교단에서 쫓겨나고 있다. 어린 후배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곡절 끝에 치러진 일제고사는 성적 조작 파동으로 그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어디 그 뿐인가? 어렵게 진척되어 가던 탈냉전과 평화 기류는 졸지에 증발되고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가 한반도를 휘감고 있다. 마음껏 상상하고 실험하면서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대학생들의 생기와 발랄, 상상력이 자칫 위축되고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슬픈 상황이다.

필자를 답답하게 하는 슬픈 일이 하나 더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가 그것이다. 며칠 전 졸업식에서도 우울한 기분을 감추고 애써 웃는 제자들을 찢어지는 마음을 숨긴 채 웃으며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했었다. 그 사랑하는 제자들은 이미 혹독한 경제난을 온 몸으로 겪고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어찌 할 것인가?

뿐만 아니다. 며칠 전 그 큰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들도 과거 어느 때보다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었을 것이다. 아마도 적지 않은 학생들의 등록금 마련 과정에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온갖 사연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특히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의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을 대출받아 등록한 학생 수(2005년 2학기부터 2008년 2학기까지의 누적분, 서상기의원 자료)가 전국 1위로 나타난 것이다. 국립대 가운데서는 경북대가 1위(13,000명)의 불명예를 기록했고, 사립대 가운데서는 계명대가 전국 1위(22,000명), 영남대(20,000명)와 대구대(18,000명)가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해 지역 대학생들의 고통지수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답답한 일은 또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율이 시중 대출금리보다 높은 최고 7.3%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학자금 대출이고 그것도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인가?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한 대학생 금융 채무불이행자가 2006년에 721명이던 것이 2008년에 4,396명으로 급증했다는 통계도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필자도 하나 있는 대학생 아들 녀석의 등록금을 만드느라 지난 달 적잖이 애를 먹었는데, 더 어려운 아이들과 부모들은 어떻게 할까, 많은 걱정에 빠지기도 했다.

진정 걱정이다.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후퇴와 심각한 경제난, 그리고 처절한 무한경쟁으로 우리 학생들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대학문화가 자칫 파국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대학 당국과 우리 기성세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위기와 파국을 막아내기 위해 뭔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 그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함께 아파하고 그들의 걱정을 함께 나눠지며, 그들의 꿈을 함께 피워내는 기성세대들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난세에 영웅 나듯이, 이 어려움이 우리의 학생들을 기죽게 하고 대학문화의 생기를 앗아가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학생들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북돋워 주고, 진리와 정의의 세상을 추구해 가는 대학인의 정신과 문화를 더욱 활기차게 꽃피게 하는 값진 계기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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