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선정국, 길을 묻다(1)

민주노동당,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줄 것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차 있다. 그 희망에 국민들은 화답하고 있다. 비록 4.25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였지만, 아직은 민심이 본격적으로 돌아 섰다기 보다 고질병을 고쳐줘야겠다는 여론의 호된 채찍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쉽게 고치기 힘든 병이라 걱정은 크다. 두 쪽 날 위험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심판대에 오른 범여권은 여전히 좌표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돌아서버린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노무현정부의 실정책임을 회피하고 정세를 역전시키고자 후보의 외부영입이니 제3지대 정치세력화니 여러 가지 말들이 무성하지만 쉽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사정도 만만찮다. 당의 지지도는 최근에 와서야 10% 내외를 회복하는 수준이다. 아직 출발이기는 하지만 후보 지지도도 답보상태다. 약 40%에 이르는 한미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반FTA의 선두에 선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로 이르지 못하는 것도 반FTA투쟁에 올인해 온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대선이 7개월 남짓 남았다. 정치시계로 7개월은 강산이 일곱 번 쯤은 바뀔 수 있는 긴 시간이다. 민주노동당은 대선에서 3자구도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 당락을 떠나 대선에서 온전한 3자구도를 만들 수만 있다면 큰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대선 직후 총선이 치러진다. 대선에서 범여권이 집권하면 무너진 한나라당을 대신하여,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무너진 범여권을 대신하여 강력한 진보야당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보수양당에 의해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세계화의 늪에서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진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동당이 바라보는 이번 대선의 핵심성격은 사회양극화를 조장해온 세력과 사회양극화를 해소시킬 세력 간의 결전의 장이다. 이번 대선에서 위와 같은 성격이 부각되고 또 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은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야 한다.

IMF사태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악화될 대로 되어 왔다. 소수계층은 IMF사태로부터 탈출했지만 다수 서민계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정책은 이를 강화시켜 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대자본, 자산계층의 이익에 충실한 정부였다. 노무현정부가 ‘용기 있게’ 밀어붙인 한미 FTA협정은 이 정부의 의외적인 정책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의 정점이다.
이와 같은 사회 환경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1차적인 과제는 양극화 때문에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노동자 서민의 정치적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뜻있는 많은 사람들은 저학력, 저임금노동자, 영세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현상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로서 이런 현상은 뼈아프다. “명색이 노동당인데 노동자 지지를 못 받나?”라는 물음을 들어 온 처지가 아닌가. 호남 노동자가 민주당을 찍고, 영남 노동자는 한나라당을 찍어온 지역주의 역사 탓이 크지만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둔 민주노동당의 현안과제 중 첫째는 위와 같은 진짜배기 노동자, 서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민심을 얻기 위한 핵심적 과제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이 나라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비젼과 정책을 내 놓는 것이다. 서민대중의 실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내 놓음과 동시에 대선이 개별정책이 아닌 선 굵은 정치, 사회적 비젼이 충돌하는 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저러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명료한 국가경영의 철학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비젼이든 정책이든 그 진정성이 의심받아서는 무용지물이다. 민주노동당은 서민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이라는 일반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노총에 문제가 있고 없고 하는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규직, 대기업, 조직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90%가 노조 없는 회사에서 근무한다. 60%가 비정규직이고 80%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민주노총조합원의 70%는 5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근무한다) 일부가 아닌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또 친북이미지는 민주노동당에게는 늘 부담이다. 반북이데올로기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남과 북 양 체제와 집권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정당으로서 이에 걸 맞는 정책과 정치적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진보적 정치, 사회세력의 광범위한 연대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들은 민주노동당만의 힘으로 대선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9석 정당,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민주노동당은 각계각층 진보세력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라크파병에 분노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자 함께 했던 사람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걱정하고 비정규악법에 반대했던 사람들, 한미FTA문제와 관련해 일치된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 근로대중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모든 양심세력이 힘을 합쳐 대선을 치룰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은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하듯이 손을 잡고 함께 해 온 사람들이 선거 때만 되면 상대편에 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재연될 수 있다. 벌써 범여권은 이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김근태 전 열린 우리당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평화개혁세력’의 결집을 주장하며 이런 말을 했다. “민주노동당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역사적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 시민운동권의 일각에서도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이 연합해서 한나라당정권을 막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른바 반 한나라당 전선이다. 그러나 10년 전 반한나라 전선이 승리 했다는 점, 5년 전 정권재창출도 성공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반 한나라당 전선의 승리로 얻은 10년이 우리 민중에게 어떠한 10년이었던가. 참으로 역사적 성찰이 필요하다.
정치세계에서 도전자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공감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혁신이 필요하고 새로운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 ‘다른 세계’를 꿈꾸며 함께 싸운 이들과 대선을 준비하는 것, 이들과 함께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이것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선거는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대선후보에게는 당락이나 득표가 중요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 나올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선은 총선의 전초전으로서의 성격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양편에 줄서 있는 한나라당 사람이나, 이합집산 하는 범여권 인사들의 속이 그런 경우다. 민주노동당 활동가들도 대선 이후를 의식하며 대선을 설계한다.
그렇다면 평범한 국민들, 장삼이사에게 이번 대선은 무엇일까? 양극화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삶이 더 망가질지 아니면 다시 원기를 회복할 힘을 얻게 될지 결정한다. 선거는 권력을 배분하고 권력은 민생의 조건을 결정한다. 정치가 민생을 외면하고 자기들끼리 이전투구 한다고 하지만 법 하나 만들고 예산 하나 편성하는 모든 행위가 민생의 조건을 다루는 것이다. 민생의 조건을 다루는 한 정치와 선거는 계급투쟁이다.
대선후보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관심사에 방관자가 되는 것은 크게 나무랄 것이 못된다. 그러나 장삼이사의 삶, 민생의 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외면할 수는 없다. 개인이든 단체든 대선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 이연재(민주노동당 수성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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